Oct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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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후기] 골드만삭스 Equity Research - 1편-4편 몰아보기
골드만삭스 Equity Research - 1편 Prologue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사람이 가장 감성적이 된다는 새벽 2시에 나는 내 4년전을 뒤돌아보며 취업여정을 되돌아보고 있다. 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바친 금융권에서의 지난 4년을 오랜만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한국 나이로 29살, 내 첫 정규직 직장인 골드만삭스에 지원했을 당시의 내 스펙은 대략 이랬다:
-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졸업
- 와세다대학교 국제교양학부 졸업
- 북경대학교 국제정치학 복수전공
- USCPA / CFA 레벨2 합격
- 노무라컨설팅 인턴 (3개월)
- 씨티그룹글로벌마켓 주식리서치 인턴 (3개월)
- 크레딧스위스 IBD 인턴 (6개월)
- 기타 등등.... (군필, MOS, 어학자격증, 한자 등등)
혹자는 위의 경력들을 보며 화려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력서에 적혀 있는 경력이 절대 좋은 애널리스트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 나는 결코 뛰어난 애널리스트도, 컨설턴트도 아니였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후에 다시 적어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뒤돌아보면 내 20대는 활짝 펼쳐질 것만 같았던 30대를 위해 받쳐온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까지 공부하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며, 새벽 4시가 칼퇴근인 인턴을 6개월간 이겨내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하늘이 상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20대에 추억이 없는 것도 결코 아니다. 학창시절 원없을만큼 축구와 야구를 한 것 같고, 결혼식 축가를 부를정도로 노래방도 열심히 다녔고, 블로그의 다른 섹션들을 보면 알겠지만, 여행도 열심히 다녔다. 연애도 할만큼 해봤고, 지금가장 소중한 친구들도 다 20대에 만났으니까 말이다.
가끔 나는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지식과 경험 그대로 2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아니, 10대 후반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 하지만 다시 인생을 돌려보아도, 나는 이길을 그대로 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만큼 나에게는 행복한 길이였고 지금까지도 후회없는 길이다. 물론 내가 40대, 50대가 되어서 뒤돌아봤을 때도 후회하지 않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말이다.
앞으로 기억을 더듬어 취업 하기까지의 추억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내 자신이 추억하고 싶기도 하고,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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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Equity Research - 2편 AICPA와 CFA 자격증 동시 공부
요즘들어 후배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AICPA를 공부할까요? CFA를 공부할까요? 에 대한 것이다. 정답부터 말한다면, 둘 중 한 가지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당연히 CFA라고 답할 것 같다. 하지만 조언을 받을 현직자도, 선배도 없던 시절 나의 선택은 두 시험을 동시에 공부하는 것이었다.
당시 북경에서 1년간 공부를 마치고 도쿄로 돌아온 나는 경영학과가 아닌지라 재무상태표도, 손익계산서도 뭔지 전혀 모르는 상황. 하지만 무조건 전략 컨설턴트가 되고싶었던 나는, "경영학"을 배우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무작정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의욕이 넘치는 상황이었던지라,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AICPA와 CFA는 시험내용의 40% (본인피셜) 정도가 겹치는 느낌이었다. 특히 AICPA에서 깊이있게 배운 회계지식은 CFA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회계과목에 바로 활용할 수 있었고, 반대로 CFA에서 깊이있게 배운 재무지식들은 AICPA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두 시험 모두 나는 겨우겨우 턱걸이로 통과했다. 1년이라는 시간내에 두 시험을 모두 준비하느라 그랬다는 것은 핑계. 사실 나는 원없이 놀것도 놀면서 공부했다. 그만큼, 두 시험을 통과목적으로만 공부하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았다. (영어가 편하다는 전제하에)
오히려 후회되는 부분은, 너무 합격위주로만 공부했던 탓일까, 내용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당연히 많았고, 훗날 회사에서 AICPA 있는데 왜 이걸 몰라? CFA 있는데 왜 이걸 몰라? 하는 식의 핀잔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 두 자격증은 내가 취직하기에 앞서 인턴자리를 구하는데에는 강력한 무기들이 되어주었다. 경력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감사히도 노무라컨설팅에서 나를 인턴으로 고용해주었고, 그것이 내 커리어의 시작이 되었다. 여담이지만, 훗날 내가 BCG에서 인턴을 채용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당시의 나와 동일한 상황의 후보자가 있었다. 근무경력은 전무하지만 자격증이 있는 그런 후보자. 역시나 자격증이 빛이나서일까, 경력이 없음에도 결국 채용하게 되었다 (물론 인상도 좋고 말도 똑부러지게 잘했다).
아무튼 내 취업스토리의 초석이 되었던 것은 이 두 자격증임이 확실하다. 이후에 정규직자리를 준비할 때에도, 실무에서도, 이직을 할때에도, 지금처럼 과외를 할때에도 평생 따라다니는 자격증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학생이나 취준생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시간내서 도전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세상을 보는눈이 달라질 것이고, 평생 아이템처럼 착용할 수 있는 무기가될 것으로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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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Equity Research - 3편 노무라컨설팅에서의 첫 인턴 경험 (1)
때는 27살이 끝나가던 겨울, 대학도 졸업하고 드디어 내가 원하던 북경대학교 복수전공학위와 AICPA, CFA를 모두 합격한 상태가 되었다.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인생은 걱정의 연속이였다. 사실 인턴스펙으로는 부족함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나는 인턴경력이 전무했던 것이다.
사실 좀 우리나라, 특히 금융권은 너무한것 같다. 인턴이 없어서 인턴을 못구하는 것을 걱정해야하다니... 부랴부랴 내 이력서의 work experience 칸에는 군대에서 2년간 행정병으로 근무한 경력이 들어갔고, AICPA와 CFA자격증을 별도의 항목으로 대문짝만하게 적어야만했다.
그러고 나서 지원한 첫 회사는 노무라컨설팅. 일본대학을 졸업했던지라 낯설지 않고 굉장히 반갑게 느껴지는 회사였다. 친한 서울대생 친구에게 학교포탈아이디를 빌려서 채용공고를 볼 수 있었고, 난 내 초라한 이력서를 송부했다. 그런데 왠걸, 당장 다음날에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10번정도는 이력서를 떨어질 각오를 하고있었던터라,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급하게 면접을 준비하고 다음날 IFC로 향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11월의 어느 토요일. 내 앞에는 두명의 면접관이 앉아있었다. 지금은 두명 모두 나와 정말 가까운 친구들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 그 둘은 너무나도 무서운 존재였다. 인사를 하고, 근무가 가능한 날짜를 말하고 나에게 여자면접관이 종이를 한장 내밀었다. 일본어로 된 기사한장. 5분을 줄테니 그 기사를 읽고 일본어로 요약해서 들려달라고 한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런 면접전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사의 내용도 모르겠고, 그저 빨리 집에가고싶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이번에는 다른 종이가 나에게 주어졌고, 이번에는 영어요약이였다. 이번에는 조금 나았지만, 여전히 그런 분위기에서 어려운 영어기사를 뚝딱 요약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였다. 그렇게 내 인생 첫 면접은 끝이났다. (끝없는 면접인생의 시작이였지만 그때는 그걸 몰랐다)
11월의 겨울, 면접이 끝난 나는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구두 안쪽도 열기가 느껴졌다. 나는 IFC 앞 돌계단에 털썩 앉아서 구두를 잠깐 벗었고, 그 시원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면접은 망쳤지만 그 해방감이란... 다음번에는 좀 더 잘 대비해서 와야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그 이후 3일쯤 지난 화요일 오후4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당장 수요일부터 출근할수 있냐고 한다. 지금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처사지만 (출근 전날 오후4시에 통보라니), 그 당시에는 너무 기쁜 나머지 덥썩 오케이를 했고, 나는 그대로 정장을 한벌 구매한 뒤, 다음날 친구가 선물해준 남색 넥타이를 메고 지하철에 올랐다.
3개월간의 인턴경험은 지금 너무 졸린관계로... 내일 다시 이어서 쓰는 것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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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후기] 골드만삭스 Equity Research - 4편 노무라컨설팅에서의 첫 인턴 경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첫 프로젝트의 기억은 아직도 너무너무 생생하다. 컨설턴트 4명과 인턴 2명으로 이루어져있던 우리 팀은, 선릉역 주변에 캠프를 차리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되었다. 회사이름은 적을 수 없지만 메이저 통신사 중 한 곳. 여기서 우리는 MVNO(알뜰폰) 사업의 해외 벤치마크 전략을 수립했다.
나에게 주어진 입무들은 주로 잘 안나오는 자료들을 찾거나, 영문으로 된 내용들을 국문으로 번역하는 일. 아주 가끔은 직접 장표를 그리는 일에도 동원되었다. 그렇다고해서 일이 지루하거나, 가볍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고, 아주 간단한 것 하나를 찾더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눈이 빠질 때까지 찾았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나에게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업무는 하나도 없었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워라벨도 상당히 괜찮았다. 12시쯤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고 (52시간 근무가 도입되기 전인 그 당시에 컨설턴트가 12시 퇴근하는 일은 아주 좋은 편이였다), 주말근무도 일요일날 조금 늦은시간에 출근하는 정도였다.
함께 일하는 컨설턴트들도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그 중 막내였던 컨설턴트는 지금까지도 나랑 굉장히 친한 사이니 말이다. 고객들도 굉장히 나이스했고, 되돌아보면 이런 프로젝트에 배정된 것은 정말 감사할 일이였다 (BCG를 욕하는건 아니다^^...).
그리고 그 당시 내 월급은 196만원. 한푼도 벌지 못하던 대학생에게 196만원이라는 돈은 사실 엄청나게 큰 돈이였다. 물론, 첫 월급을 받던 날도 늦게까지 일하느라 그 월급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이걸 받기위해서 지난 28년간 공부한거라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이였다. 하지만 이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월급들 중 겨우 첫 번째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노무라컨설팅에서 정규직에 대한 제안을 살짝 받았다.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던 일이라 많이 놀랬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해보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었다. 고스톱에서 고를 외치듯, 나는 다음턴이 오리라 생각하고 정중하게 기회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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